초단편) 내 모습










여자의 눈에서 내가 내렸다.

프리즘 같이.

이렇게 깊은 눈은 처음이예요.

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은 아주 쉬웠다. 눈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.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, 그래서 그 안에 비치는 나를 보고 있자면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, 그 사람의 마음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. 그리고 또 가만히 그 눈이 내 안을 들여다보게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. 따지자면 나란히 보고 선 거울 같은 것이었다. 그 속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서 서로가 서로를 보고 또 보다 그 끝을 알 수 없이 깊이 들어가버리는 것. 서로가

그리고 혼자 뒤돌아버리는 일.

참 어려운 눈을 가졌네요.

여자의 눈 곳곳에 푹푹 빠지는 빈 틈 같은 것이 있었다. 그래서 나는 자꾸만 꺾어지고 꺾어지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
수십갈래로 갈라져버리는 것 같다.

지금 나를 보고 있는 건가요. 툭 툭

여자는 가만히 무엇인가 내 눈 속에서 무엇인가 보고 있었다. 잠자코.

나의 눈은 어떻습니까.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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